개발자에게 꼭 필요한 논리적인 설득과 피드백 스킬 by 한기용님

Nov 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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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사에서 한기용님의 "개발자에게 꼭 필요한 논리적인 설득과 피드백 스킬"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평소에 링크드인 글로 접했었고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기에 공지가 뜨자마자 신청했고 무척 기대가 되었다.

세션 내용 중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기에 기록해두고 두고두고 보고자 이렇게 글을 남긴다.

강연의 구성

한기용님은 강연을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하셨다:

  1. 본인의 커리어 여정 소개
  2. 한국 개발자와 실리콘밸리 개발자의 차이점
  3. 어떻게 커리어 개발을 하면 좋을지
  4. 아쉬운 점을 어떻게 표현할지 (어려운 대화와 피드백)

한기용님의 커리어 여정

한기용님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삼성전자에서 5년간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했다. 이때까지는 커리어에 큰 꿈을 갖고 있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냥 최소의 저항으로 움직이면서 살았다.

실리콘밸리로

2000년 6월, 대학 동기가 미국에서 창업한 검색 엔진 스타트업 와이즈넛에 합류하며 와이프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2~3년 살고 별 볼 일 없으면 돌아오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여유가 없던 사람이었다. 항상 조바심과 불안감이 있었고, 심지어 미국 도착 다음 날 월요일에 바로 출근할 정도였다.

첫 창업의 교훈

닷컴 버블이 꺼지는 시기였고, 와이즈넛은 시리즈 B 펀딩에 실패했다. 이후 동료 3명과 공동 창업을 시도했지만 2년 만에 정리했다. 이 경험에서 중요한 것들을 배웠다:

  • 페어니스와 거버넌스의 분리: 지분은 공평하게 나누되, 의사결정은 역할에 따라 명확하게
  • 어려운 대화의 필요성: 불편한 감정을 속으로 삭이다가 나중에 폭발하는 패턴을 경험
  • 100% 헌신의 중요성: 공동 창업은 모두가 전력을 다해야 가능하다
  • 창업 욕망의 소멸: 이 경험 이후 "다시는 창업 안 한다"고 결심하면서 오히려 커리어가 명확해졌다

창업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얻은 것도 있었다. 그 어려움을 생각하면 회사 일을 못 할 게 없더라는 것. 그리고 월급 받는다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을 처음으로 갖게 됐다.

야후: 리더십을 배우다

야후에서 세 명의 매니저를 만나며 리더십에 대해 배웠다. 특히 첫 번째 중국인 매니저에게서 두 가지를 배웠다:

  1. 명확하고 빠른 의사결정: 결정의 시의성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하지 말고, 책임질 사람이 명확하게 결정하되 틀렸다면 빨리 인정하고 고치라.
  2. 어려운 대화의 기술: 이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만들어지는 기술이다.

이때 깨달은 것은 "개발자가 꼭 코딩만 해야 전문성을 갖는 게 아니구나. 매니저라는 전문성도 있구나"였다.

1년의 휴식과 깨달음

석사 마치고 17년을 쉬지 않고 일한 후, 처음으로 1년을 쉬었다. 그전까지는 일이라는 스위치를 끄지 못하고 항상 조바심과 불안감 속에 살았다. 가장 큰 이유는 남과 비교를 많이 했고, 뒤처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년을 쉬면서:

  • 과거를 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 커리어 후반기의 방향성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했다
  • 야후 동료들의 연락으로 컨설팅 기회가 생기며 평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워라밸에 대한 깨달음

한기용님이 생각하는 워라밸은 "회사 밖에서는 일을 안 한다"가 아니다. 순간순간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밥 먹을 때는 밥 먹기에, 산책할 때는 산책에 집중한다. 다르게 말하면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커리어 후반기

이후 작은 회사들(폴리보, 유데미 등)을 거치며 가장 즐거운 시기를 보냈다. 2016년부터는 엔젤 투자, 기업 코칭 등 부캐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1인 기업을 운영하며 산업기술대학교 겸임 교수로 활동 중이다.

커리어 전반기를 돌아보면 다양한 환경에서 일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과 일을 하면 내가 좀 더 행복한가를 명확하게 알게 됐다. 그리고 1년의 휴식을 통해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은 평판의 힘이었다.

좋은 평판이란 무엇인가

첫 번째는 내가 맡은 일을 성취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게 되려면 때로는 내 책임 바깥으로 나가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긍정적인 태도란 무엇이냐. 변화가 생겨도 그 변화를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다.

역량 이전에 태도. 긍정적인 모습을 갖는 것. 모든 의견을 그냥 따라가라는 것은 아니다. 질문하고 반대 의견을 표명하되 그 톤 자체가 긍정적이어야 한다. 때로는 대안을 제시할 줄 알아야 되고. 그냥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본인의 평판을 깎아 먹는 것이다.

좋은 평판이란 내가 맡은 일을 성취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 긍정적인 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이게 되면 또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 여기 계신 분들이 평생 올리브영만 다니지는 않을 것이고, 여러 군데 회사 다닐 텐데, 다른 회사 이직해서 회사가 막 성장하고 잘 되는데 사람이 부족하네. 그럼 당연히 옛날에 일했던 동료들 생각한다. 좋은 평판을 쌓으면 커리어 후반기가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나쁜 평판을 쌓았다? 커리어가 길어지면서 오히려 갈 곳이 없다. 평판은 금방 소문난다. 그것 때문에 채용할 때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것이다. 주니어 때는 레퍼런스 체크가 별로 의미가 없다. 근데 연차가 15년, 20년 정도 넘어가면 뽑는 사람들도 레퍼런스 체크 대충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은 정말 빡세게 한다.

그래서 그 평판 항상 신경 쓰고, 아까 얘기했던 것 기억해야 한다.

기술 전문성의 함정

한기용님은 개발자로서 기술적인 전문성이 여러분을 성장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하셨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그것을 따라간다는 것은 끝이 없는 싸움이다. 게다가 ChatGPT나 AI 모델이 하나 나오면 내가 갖고 있는 기술성이라는 것이 커다란 의미가 없어진다.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로 남았는가. 또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는가이다.

기술적인 전문성에 목을 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우선 정신 건강이 안 좋다. 항상 내가 뒤처진다고 생각하니까.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회사에서 일할 때도 "우리 회사는 왜 레거시 시스템을 쓸까"라는 불만이 생긴다. 마치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쓰면 내 커리어가 완성될 것처럼 생각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써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레거시가 된다.

레거시라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여기서 어떤 임팩트를 내봤는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기술적인 전문성에 매몰되면 그런 생각들을 잘 못하게 되고, 오히려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진다. 그럼 평판이 안 좋아진다.

예를 들어 기술 전문성에 빠진 사람들은 일을 내 일/남의 일로 나누기 시작한다. "나는 백엔드 개발자로 들어왔으니 백엔드 일만 주세요." 이것은 전문성이라는 트랩에 빠져서 일을 나누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팀에 많으면 오너십이 떨어지고, 결국 일이 오래 걸린다.

때로는 내 책임 바깥이어도 나가서 팀을 위해, 전체를 위해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향력이란 무엇인가

한기용님은 레벨이 올라갈수록 영향력을 갖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영향력의 시작은 좋은 평판이다. 좋은 평판 위에 나의 존재로 인해서 주변 사람들의 역량이 올라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영향력이란 개인기를 부려서 더하기를 하는 게 아니라 곱하기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CI/CD 프로세스에 10분 걸리는 유닛 테스트가 있었는데, 누군가 그것을 고쳐서 1분으로 바꿨다면? 모든 사람이 9분이라는 시간을 돌려받는다. 그런 게 곱하기다.

반면 더하기는 "나 혼자 모니터 앞에 앉아서 코딩만 할게요. 미팅도 부르지 마세요"이다. 더하기는 스케일이 안 된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영향력을 갖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더하기 말고 곱하기를 하고, 더 좋은 것은 빼기를 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일은 안 하는 것.

의사소통 능력: 욕망을 말하는 것

한기용님은 현재 산업기술대학교에서 겸임 교수로 석사 과정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다. 학생의 80%가 인도 친구들인데, 여기서 인도 친구들의 탁월함을 느끼셨다고 한다. 지적으로 탁월한 게 아니라 의사소통의 탁월함이다.

잘하는 의사소통의 첫 번째는 내 욕망을 분명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승진하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의 동아시아권 개발자들은 이렇게 행동한다: "내가 일단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낸 다음에 승진을 요구해야겠다."

반면 서양 문화권이나 인도 개발자들은 반대로 간다. "나 승진하고 싶은데 피드백 줘. 어떤 부분이 충분하고 어떤 부분이 아쉬워?" 이렇게 물어본다.

승진을 결정하는 것은 본인이 아니라 매니저다. 매니저 관점에서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이고 아쉬운 게 무엇인지 판단한 다음에, 잘하는 것은 계속 잘하게 하고 아쉬운 것은 보강해 나가면 된다. 의사소통을 통해서 어디로 움직일지를 미리 알고 가는 것이다.

동아시아권 개발자들은 (중국은 조금 덜하지만, 특히 일본과 한국) 대부분 본인이 방향을 판단한다. 그럼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

  • 자기가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을 못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 본인이 못 하는 게 무엇인지 아예 모른다
  • 메타인지가 그렇게 좋은 사람이 많지 않으니 엉뚱한 방향으로 열심히 한다
  • 나중에 와서 결과가 아닌 노력을 얘기한다: "나 열심히 했으니 인정해 주세요"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열심히 하기 전에 방향을 인지하는 것,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되는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학교에서도 질문하는 것은 인도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권위에 복종하지 않기 때문에 교수 말이라고 깜빡 죽고 그런 것이 없다. 시험 보면 성적으로 챌린지 들어오는 것도 인도 학생들뿐이다. "70점 받았는데 100점인 것 같다. 내 답 한번 같이 리뷰할 수 있냐?"

동아시아권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가 자기 PR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다르게 얘기하면 욕망을 얘기하지 않는다. 그 이외의 문화권들은 그것을 굉장히 잘한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얘기하니까 매니저 관점에서도 맞춰 줄 수가 있다. 얘기를 안 하면 모른다.

한국 개발자 vs 실리콘밸리 개발자

한기용님이 한국에 와서 다양한 멘토링 행사를 해보시면서 자주 듣는 질문들이 있다고 한다:

  • "요즘은 뭐가 뜨나요?"
  • "미래를 대비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되나요?"
  • "회사에서 온갖 종류의 일을 하는데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 "제 커리어 망한 거 아닌가요?" (특히 작은 스타트업에서 많이 듣는 질문)

이런 질문들의 공통된 감정은 불안감이다. 한국 사람들은 불안하면 무엇을 하는가? 공부한다. 선행 학습을 한다. 선행 학습을 해서 전문성을 쌓은 다음에 안전하게 살고 싶어 한다. 문제가 생기면 공부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다.

연차 집착

한국은 연차를 많이 따진다.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8년 차 개발자 누구입니다", "10년 차 마케터 누구입니다"라고 한다. 나중에 개인 커리어 코칭을 해보면 "8년 차 백엔드 개발자인데 8년 차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마치 커리어가 학교인 것처럼, 연차를 학년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 학년에 정해진 역량이 있고 커리큘럼이 있고, 내가 지금 그 연차에 맞는가를 따진다. 학교는 그렇게 가겠지만, 커리어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 자기의 페이스로 움직이는 것이다.

미국에서 일하면서 연차로 소개하는 케이스는 많이 못 봤다. 대부분 그냥 "시니어 개발자 누구입니다"라고 얘기하지 앞단에 연차를 잘 얘기 안 한다. 각자 자기 역량에 맞게 일하는 것이다. 30년을 일했어도 주니어 개발자일 수 있고, 5년을 일했어도 아키텍트 레벨로 올라갈 수도 있다. 완전히 역량에 의해서 움직인다. 회사에서 처음 인턴으로 들어왔던 사람이 성장해서 내 위로 올라가는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

R&R의 함정

한국은 갈등을 싫어하니까 충돌이 생기면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R&R(Role and Responsibility)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는데, 한기용님은 미국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용어라고 하셨다.

R&R의 명확함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

  • 시간이 오래 걸린다
  • 사소한 것도 다 개입해서 너무 빠르게 개입한다
  • 이게 심화되면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

전문성이라는 것에 매몰돼서 "이 사람은 이 일만 하는 것"으로 계속 구체화한다. 처음에는 팀별로 나누고, 나중에는 팀 안에서도 나눈다. "너의 R&R은 뭐냐?" 충돌 생길 때마다 R&R 나누고, 그러면 일 하나 할 사람 뽑고,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

이것은 축구 경기하는데 상대방이 막 골 차고 우리 쪽으로 공격해 오는 와중에 "잠깐 모여. 너 공격수야, 수비수야?" 그런 얘기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하이레벨로 R&R은 필요하지만, 이것을 아주 디테일하게 해서 충돌의 소지를 막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생각이다.

리더십과 팔로워십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는 수평적으로 일하는 곳 아닌가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한기용님은 사람이 세 명 넘어가면 수평적으로 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신다.

수평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결정은 누군가 명확하게 빨리 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 결정이 동작하려면 팔로워십이 중요하다.

"내 의견하고 다르니 저는 못 따라가요." 이것은 조직 생활하는 태도가 아니다. 회사에서 월급 받고 일할 거면 내 의견과 달라도 조직에서 내린 결정은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리더십이 동작하려면 팔로워십이 있어야 한다. 많은 한국 회사에서는 리더십만 얘기하지 팔로워십은 얘기 안 한다. 이것이 아마존에서 얘기하는 "Disagree and Commit"이다. 내가 동의하지 않아도 같이 내린 결정이면 헌신해야 한다.

어려운 대화의 기술

한기용님이 야후에서 처음 만났던 매니저는 중국 분으로, 가장 존경하는 매니저라고 하셨다. 이분에게서 두 가지를 배웠는데, 첫 번째는 결정이 굉장히 명확했다는 것이다. 이분이 하는 결정을 들으면 다음 스텝이 너무나도 분명했다.

결정이 명확하려면 시의성이 중요하다. 질질 끌면 어떤 결정이건 명확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지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결정을 하지 않았다.

이분이 항상 강조했던 것은: "모든 사람의 의견을 밀도 있게 듣되, 어차피 네가 책임질 거니까 네가 책임질 일은 네가 명확하게 다음 스텝 결정해라. 그리고 틀렸다고 판단되면 빨리 인정하고 고쳐라."

리더 역할을 하는 분들이 있으면, 옳은 결정,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결정을 하려고 하면 시간이 걸린다. 나중에 굉장히 애매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러지 말고 내가 책임질 일이라면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듣지만 그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내가 보는 관점에서 제일 좋은 안으로 빨리 실행하고, 그 결정이 틀렸다고 판단되면 빨리 인정하고 다시 바꾸면 된다.

두 번째로 배운 것이 오늘 내용과 연결되는 어려운 대화를 잘하는 것이다. 이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실수하면서 만들어 가는 기술에 가깝다.

이분이 강조했던 것은: 아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이 보이면 빨리 얘기해라. 빨리 얘기하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 내 마음속으로 그 사람을 계속 미워한다. 그러다가 그 미움의 크기가 어느 한계를 넘어가면 폭발해서 나가고, 반응이 안 좋을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나 혼자 마음 고생하는 것이다. 상대는 모른다.

내가 이 사람에 대해서 아쉬운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니까 대부분의 경우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겠다. 그러니까 간극이 계속 넓어지는 것이다. 시의성이 중요하다.

호기심을 가져라

두 번째는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행동을 할까?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겠지." 그렇게 호기심을 가지고 빠르게 이야기를 꺼내면 나도 마음 고생 덜하고, 상대방은 내 의견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중요한 포인트는 여기 어딘가에 간극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그러면 그 뒤에 이야기를 더 했을 때 그렇게 크게 놀라지 않는다.

많은 경우 우리는 재능이라는 이름 뒤에 숨는다. 하지만 커리어에서 중요한 많은 것들은 타고난 재능이라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만들어지는 기술에 가깝다. 어려운 대화도 마찬가지다.

실제 사례들: 혼자 상상만 하고 있었던 문제들

한기용님이 코칭할 때 들어왔던 실제 사례들이다:

첫 번째 케이스: "매니저가 제 공을 가로채려고 합니다. 제가 한 일을 전사 발표를 본인이 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 케이스: 주니어 개발자인데 안 맞는 사람이 보이면 피하려고 한다. "학교 때는 이렇게 행동했는데 회사에서도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세 번째 케이스: 매니저 역할을 하는 분이었다. "채용을 한 명 했고 수습 기간 중인데 생각보다 일을 잘하지 못합니다. 근데 일대일 미팅하다가 얘기를 들어보니까 이 사람이 자기가 굉장히 일을 잘하고 있고 이대로 가면 빨리 승진하고 보상에 올라갈 거라는, 내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기대를 하고 있더라. 어떡하면 좋을까요?"

이 세 개 케이스의 공통된 문제는 혼자 생각만 하고 그 사람하고는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혼자 상상한 것이다. 상대는 모른다.

첫 번째 케이스는 한기용님이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매니저가 정말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냐? 지금까지 몇 년 일했냐?" "5년 일했습니다." "그럼 5년이나 일했으면 좋은 사람 아니냐?" "좋은 사람들이에요." "왜 안 물어봤냐? 본인이 발표하고 싶다고 얘기했으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게 상상을 하고 자기 검열을 하다 보니까 생기는 문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분은 미국에서 일하시는 분이었고, 말끝마다 "내가 영어를 못해서..."라는 말을 항상 하고 다녔다. 그러니까 매니저는 이 사람한테 영어로 발표시키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으니 본인이 하겠다고 선의로 얘기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얘기를 안 하고 확인을 안 해보고 단정 지어 버린 것이다.

세 번째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그냥 좋게좋게 불편함 피하다가 나중에 커다란 의견 차이, 입장 차이가 생기면서 관계가 망가지는 것보다는, 앞단에 불편해도 작게 빨리 터트리면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게 직접적인 대화를 피하면서 혼자 상상하다가 생긴 문제였다.

피드백이 왜 필요한가

완벽한 사람은 없다. 피드백은 양방향 게임이다. 물론 파워 다이나믹스가 있기 때문에 하향으로 주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긴 하다. 매니저가 팀원에게 주는 것. 하지만 팀원이 매니저에게 줄 수도 있어야 되고, 동료들끼리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어야 한다.

(팀원이 매니저에게 피드백을 주는 건 미국도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그때 톤은 "도와달라,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 뉘앙스로 얘기하는 게 훨씬 더 좋다.)

성공 방정식의 함정

잘하던 사람이 어느 시점부터 성장이 멈추는 경우가 있다. 그게 보통 성공 방정식 트랩에 빠지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어떤 특성으로 어느 레벨까지는 올라갔는데, 그 시점부터는 내 장점이 단점이 되고 발목을 잡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것도 본인이 메타인지를 통해서 판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주변에서 얘기해 주면 "어, 나 그거 내 장점인데?"라고 반대 의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처음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피드백이 필요하고, 좋은 피드백은 일단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신뢰라는 관계가 있는 게 중요하다. 그게 없으면 아무래도 약간 어려운 얘기를 할 때 힘든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호기심이 필요하다. 아무리 신뢰가 있어도 건설적인 피드백 주려고 하면 힘들다. 근데 그때 "나는 이게 궁금해, 궁금해"라고 내가 내 자신을 막 설득해야 한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좋은 피드백 주려면 상대방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

좋은 피드백은 직접적으로 내 의견, 내 관찰에 기반한 피드백이다. "남이 이러더라"를 기반으로 피드백을 주면 내가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이지 않다.

시의성이 있어야 된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가 주지 말라. 이것은 장점을 얘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뭔가를 잘한다는 얘기를 할 때도 그 일이 생기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때 빨리 얘기해야지 그 기억이 머리에 있을 것이다.

안 좋은 피드백

장점을 얘기하는 피드백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냥 안 좋은 피드백은 이유 없이 잘했다고 하는 것이다. 이건 여러 번 반복하면 상대방이 안다. 그러니까 항상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때는 이유를 명확하게 얘기해야 한다. "이러이러해서 좋습니다." 그럼 이게 강화 학습이 된다. 가능하면 여러 사람 앞에서 얘기하면 더 좋다.

아쉬운 얘기를 할 때는 이게 좀 불편하니까 샌드위치 기법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막 장점 얘기하다가 갑자기 단점 얘기하다가 장점으로 마무리한다. 이런 사람들이 실제 전달하는 것을 보면 장점은 굉장히 오래 얘기하고, 본인이 실제 얘기하고 싶었던 단점은 짧게 얘기한다. 그나마도 애매모호하게 얘기한다. 그러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지? 뭔가 나한테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네" 그런 생각이 든다.

말로 표현하지 않고 몸으로 표현하는 것도 있다. 이게 굉장히 기분이 나쁜 피드백이다. 어떤 경우에는 내 의견이 아니라 "누가 이러더라"면서 다른 사람 뒤에 숨는 케이스들도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지 말고 내 의견이 있으면 내 의견이라고 분명하게 얘기해야 한다. (물론 리더 역할을 하는 분이 밑에 팀원이 많으면 모든 사람 옆에 있을 수는 없다. 때로는 남한테 들은 얘기를 전달해야 되는 경우도 나온다. 이 경우에도 내 의견은 어떤 형태로든 있어야 한다. 필요할 때는 삼자 대면도 해야 한다.)

피드백의 종류

어떤 종류의 피드백이 있냐면, 스킬셋(기술)에 관한 피드백이 있고 행동에 관한 피드백이 있다.

기술에 관한 피드백은 조금 더 흑백이 분명하다. "코드를 이렇게 짜면 안 좋다, 이렇게 짜면 좋다." 이것은 조금 더 흑백이 있다. 이것은 주니어한테 더 중요한 형태의 피드백이 될 수 있다.

행동 양식 피드백은 어느 레벨이나 다 중요하지만, 시니어로 가면 더 중요해진다. 이게 많은 경우 내 성공 방정식, 나의 장점, 나의 편안함과 연관이 많이 되어 있다. 성장하려면 내 편안함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근데 편안함을 유지하면서 세상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경우들이 많다.

또 다른 관점은 내가 하려는 얘기가 긍정적인 얘기냐, 건설적인 얘기냐이다.

긍정적인 것은 이유를 얘기하면 되고, 건설적인 피드백은 신뢰가 있으면 더 좋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불편함과 친해질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못 줄 것이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건설적인 피드백이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어떻게 행동하느냐, 그게 중요해진다.

건설적인 피드백 주는 방법

첫 번째: 호기심을 가져라

상대방도 나와 같은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호기심을 가져라.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도 CJ 올리브영에서 일하고 이 친구도 CJ 올리브영에서 일하는 동료니 우리 다 좋은 사람 아니야?"

그렇게 생각을 해야지, "아 이 사람 좀 이상한데?"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말을 꺼내는 데도 오래 걸린다. 이상한 사람이니까. 그다음에 말을 꺼내서 이야기를 할 때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이해하려고 듣는 게 아니라 "이 사람 로직에 어디에 문제가 있지? 난 그 구멍을 파고 들어야겠어" 공격하려고 듣게 된다.

호기심이라는 감정이 굉장히 중요한 감정이다.

두 번째: 순서대로 생각하라

한기용님 같은 경우는 이 순서대로 생각한다:

  1. 내가 이 사람에게 갖고 있는 아쉬움의 핵심은 무엇인가? (긍정적인 것, 건설적인 것 모두 생각)
    • 특히 건설적인 피드백을 생각할 때 너무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안 된다
    • 가장 중요한 것 하나, 가장 근본적인 것 하나
    • 그것을 나에게 설명해 보라
  2. 이것을 이야기할까 말까?
    • 작은 것이라고 해도 패턴이 있고 반복이 된다면 주는 게 맞다
    • 기본적으로는 간극이 커질 것 같다고 생각되면 이야기하는 것으로 넘어간다
    • 시의성이 중요하다

간극이 커진다는 의미는:

  • 내가 이 얘기를 지금 안 하면 매일매일 이 사람에 대한 증오가 커질 것 같냐 아니냐
  • 아주 작은 일이면 내일 된다고 이 사람에 대한 미움이 커지지 않겠다 → 그러면 그냥 넘어간다
  • 근데 내가 이야기를 지금 안 꺼내면 내일 이 사람을 더 미워할 것 같다 → 그러면 얘기를 꺼낸다

또 어떤 경우가 있냐면:

  • 내가 이야기를 안 꺼내면 지금 이 사람이 하는 잘못된 기대가 더 커질 것 같다 → 그때도 얘기를 한다
  1. 어떻게 피드백을 줄까 (이건 나중에 고민)

한기용님이 잘못했던 포인트는 경험이 별로 없을 때는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고민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사람에게 갖고 있는 아쉬움이 뭐지? 내가 옳다는 증거 있어? 이거 뭐라고 말을 꺼내지?" 이 세 개를 동시에 생각하니까 너무 머리가 아프다. 이거 생각하느라고 막 밤새고, 그러다가 막상 다음 날 얼굴 딱 보면 "아니 뭐 다음에 얘기하지" 그렇게 피하고, 불편함을 피했다.

이제는 그렇게 안 하고 이 순서대로 생각해서 두 번째 스텝에서 주기로 마음을 먹으면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저지르고 보는 것이다.

세 번째: 기억해야 할 점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가능하면 그 사람의 장점을 활용하는 게 가장 좋다. 근데 중요한 포인트는 그 장점이라는 것도 고정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상황이 바뀌면 그 사람의 장점이 단점이 되기 시작한다. 그런 것은 본인이 잘 모른다. 내가 정말로 이 사람을 좋아하는 선의가 있다면 이런 것도 약간 불편해도 꺼내야 한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신뢰 있으면 더 좋다.

건설적인 피드백 줄 때는 사람을 공격하지 말고 생겼던 일을 중심으로 얘기를 해야 한다. 내가 옳아야지, 내가 증거를 잡아야지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오래 걸린다. 내가 옳다는 증거 잡으려고 기다리지 말라.

네 번째: 어떻게 주느냐

첫 번째는 둘만의 자리에서 얘기를 하는 게 좋다. 여러 사람이 있는데 건설적인 피드백 주면 공격받는다고 느낄 것이고, 그럼 굉장히 디펜시브하게 나올 것이다.

두 번째는 아직은 내가 큰일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어딘가에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격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난 궁금한 게 있어 그렇게 얘기를 꺼내면 된다.

여기서도 중요한 두 가지 전제가 있다:

  1. 내가 지금 이야기를 꺼내는 목적이 나만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 둘을 위하는 공동의 목표가 있는지 확인해 보라. 공동의 목적이 없으면 이야기 잘 안 통할 것이다. 거의 모든 갈등은 그렇다. 뭔가 평행선을 긋는다. 우리가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는가? 그 기본 전제가 안 맞으면 충돌이건 피드백이건 잘 안 먹힐 것이다.
  2.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너무 공격적으로 얘기하거나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그러지 말라.

기대-관찰-간극의 순서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방법은 기대-관찰-간극의 순서로 얘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팀원이 하는 일이 있고, 이 일이 끝나야지 내가 그 일을 받아서 다음 일을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이 사람이 일을 빨리 끝내야 내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이 사람이 일을 언제 끝내는가 굉장히 집중해서 보게 된다. 생각보다 조금만 늦어져도 내가 일을 하는 게 뒤로 밀리니까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될 것이다.

그럼 이때 계속해서 그 생각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이 사람 미워하고 하다가 나중에 폭발하지 말고, 내가 이 사람에 대한 미움이 그냥 내버려 두면 커질 것 같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빨리 얘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얘기할 수 있다:

"지금 당신이 하는 A라는 업무가, 이 A라는 업무가 나는 이번 주 금요일 날 끝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대), 오늘 아침 스탠드업 미팅에서 보니까 다음 주가 돼도 안 끝날 것 같다 (관찰). 이 A라는 업무의 데드라인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었느냐? 어떤 상황이냐? (질문)"

앞에는 내 기대를 얘기한 것이고, 그 뒤에는 내 관찰을 얘기한 것이다. 내가 옳다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틀렸다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때 사람 얘기 꺼내지 말라.

그러고 나서 물어보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호기심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듣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굉장히 많은 경우 그냥 커뮤니케이션 미스인 것이다. 이 사람이 데드라인을 잘못 인지했을 수도 있고, 나는 이번 금요일 날 안 끝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 사람은 끝날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얘기해 보기 전엔 모르는 건데, 너무 빠르게 단정 지으면 의사소통이 단절돼 버리고 단절된 상태에서 미움이 커지는 것이다.

잘 안 풀릴 때

근데 이게 항상 생각처럼 진행은 안 될 것이다. 어떻게 내가 말을 꺼내느냐와도 관계가 있고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뭔가 헛돈다 싶으면:

  • 우리가 정말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는가 한번 확인해 보라
  • 계속 얘기하는 것보다 잠깐 쉬었다가 얘기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
  • 상대가 내 의도를 오해하더라 → "나는 당신을 공격하고 싶은 게 아니고 여기 어딘가 존재하는 간극을 줄이고 싶어" 내 의도를 강조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
  • 이런 대화가 불편한 사람들은 갑자기 다른 얘기를 할 것이다 ("오늘 점심에 뭐 먹을까?") → 그 얘기는 뒤에 하자. 뒤로 넘기고 원래 토픽으로 다시 돌아가라

그런 식으로 얘기를 꺼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1. 많은 경우 생각보다 문제가 빨리 해결된다
  2. 그게 해결이 안 돼도 처음으로 상대방이 여기 어딘가에 간극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아까 그 세 번째 케이스 매니저 같으면 얘기를 꺼낸 적이 없으니까 팀원이 자기가 잘하고 있는 줄 알았다. 처음으로 매니저가 이 얘기를 꺼내면 그 자체로, 그 팀원이 그 매니저 의견에 동의하느냐 동의하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처음으로 "내 매니저 생각은 내 생각과 다르구나" 그것을 인지하게 된다. 그럼 뒤에 만약에 좀 잘 안 돼도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꼭 상대방이 내 의견을 동의해야지 내가 불편한 얘기를 꺼낸다, 그것은 아니다. 그러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실제 피드백 사례 1: 완벽주의의 함정

한기용님이 뽑았던 친구 중에 석사 마치고 뽑아서 5년 동안 같이 일했던 사람이 있다. 이 친구가 굉장히 일을 잘했기 때문에 승진을 두 번 했고 시니어가 됐는데, 시니어가 된 다음부터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었는데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리딩하면서 그것을 다 잘하려고 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정도로. 그러니까 속도가 안 났다. 혼자 일할 때 속도가 안 나면 큰 문제가 덜 문제가 되지만,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사람이 그런 마인드셋을 가지면 그 팀 전체가 느려진다.

좋게 얘기하면 완벽주의지만 나쁘게 얘기하면 본인의 루틴 안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이게 좋게 얘기해서 완벽주의지, 나쁘게 얘기하면 그렇게 해야 내가 편한 것이다. 사실 완벽주의가 아니다.

어떻게 얘기할까 하다가 일대일 미팅할 때 이 얘기를 꺼냈다.

"내가 기대한 것은 중요한 일을 좀 더 열심히 하는 것을 기대했고, 덜 중요한 것은 빨리 완료하는 것을 기대했는데, 요즘 보면 모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한기용님이 이 친구를 뽑아서 5년 동안 일을 했고 두 번 승진시켰기 때문에 분명한 신뢰 관계가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를 하면 처음엔 좀 반발이 있다. "아니,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 그런 형태로 반문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날은 일단 생각해 보라고 하고 다음 날 "우리 다시 얘기해 보자"고 해서 얘기를 했다. 이 친구도 좀 밤새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맞추기 시작했다.

결국 갭은 무엇이냐면, 내가 맡은 일이 늘어나고 그 일이 여러 사람이 바라보는 일이라면 주니어 때와는 다른 기대 수준이 잡히는 것이다. 주니어 때는 그냥 내가 일 맡아서 그 일을 잘하면 됐다. 레벨이 올라가면 그 책임의 범위가 커지는 것이다. 그것을 이 친구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옛날처럼 행동한 것이다. 레벨이 올라가면서 주변의 기대가 달라졌는데.

기본적으로 한기용님이 얘기했던 것은: "넌 지금 성공 방정식의 함정에 빠져 있다. 너의 장점이 이젠 단점이 되고 있다. 새로운 장점 만들어라."

그게 결국 무엇이냐면 불편한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뭔가 모든 게 준비가 됐을 때 코드 커밋하고 프로젝트 완료하고 했을 텐데, 레벨이 올라가고 그러다 보면 여러 선택지가 있을 경우에는:

  • 덜 중요한 것은 빨리 끝내는 것
  • 혹은 내가 안 하고 위임하는 것
  • 내가 안 해 봤던 것 해 봐야 되는데

이 친구는 적어도 그런 생각이 없었다.

이것은 타고난 성향이라 한 번에 안 바뀐다. 바뀌는 것 같다가 옛날로 복귀했다가, 또 얘기하면 바뀌었다가, 한 두세 번 반복하면 그때부터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친구는 지금 엔비디아 다니고 있다. 엔비디아 엔지니어링 매니저로 있고, 엔비디아 주식이 확 뜨기 전에 조인해서 대박 쳤다. 얼마 전에 집 산다고 하우스 워밍 파티 불렀는데 한기용님이 못 가셨다고 한다. 한국에 오느라고.

실제 피드백 사례 2: 일을 빨리 끝내는 것의 함정

두 번째 케이스는 약간 비슷한 케이스인데 주니어 엔지니어다. 대학 마치고 바로 뽑아서 일을 하는데 딱 한 달 일해 보니까 약간 좀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 기대-관찰-갭의 순서로 얘기를 했다.

"제가 기대한 것은 열심히 한 일에서 어떤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을 기대했는데, 눈에 보이는 것은 그냥 일을 빨리 쳐내고 있는 것이다. 빨리빨리 끝내긴 하는데 뭔가 2% 부족한 것들이 보였다."

결국 갭이 무엇이냐면, 일을 빨리 완료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본인이 한 일에서 가치가 나오는 게 중요한 것이다.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었냐면 질문을 안 하더라는 것이다. 근데 충격적으로 인도 친구였다. "인도 친구도 질문을 안 하네?" 그건 한기용님한테 충격이었다. 물론 그런 문화권이어도 자기 검열을 하는 친구들이 있긴 있더라.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은 무엇이었냐면, 일을 잘한다는 게 뭔지 모르는구나. 그냥 스프린트 때 본인에게 네 개의 태스크가 어사인되면 그것 어떻게든 다 체크하고 그럼 "내일 끝"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그것을 그때 깨달아서 그때부터 무슨 얘기를 했냐면:

  • "네가 맡은 일에 문맥 파악하려고 하고, 문맥을 누가 안 주면 질문 많이 해라"
  • "네가 하는 일이 네 개면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꼭 물어봐서 판단해라"
  • "필요한 만큼 해라. 필요 이상으로 안 가는 것이다"

많은 개발자들은 내가 하는 일이 재밌으면 중요하지 않아도 더 파고든다. 그런 사람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게 의외로 많은 주니어 분들이 이것을 잘 모른다. 본인이 일을 잘한다는 게 무엇인지, 문맥을 안 물어보니까, 혹은 위에서 문맥을 얘기를 안 하니까. 그냥 맡은 태스크 끝. "내가 만든 일이 뒤에 어떻게 쓰이지?" 그런 것 생각 안 하는 것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그 전후를 파악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평정심, 꾸준함, 그리고 호기심

한기용님은 일반적인 성장의 과정은 우측 상향으로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고, 굉장히 많은 업앤다운이 있다고 강조하셨다. 이것은 개인의 성장도 그렇고 조직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꺾임 없이 우측 상향으로 계속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다. 중요한 포인트는 내려갔을 때 너무 좌절하지 않고 올라갈 때 너무 자만하지 않는 것이다.

그게 평정심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평정심이란 고요한 마음을 갖는 그런 게 아니다. 고요한 마음을 갖는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다. 그건 부처다.

한기용님이 생각하는 평정심은 좀 불안하고 그래도 그 불안감과 싸우면서 내가 해야 될 일을 하는 것이다. 또 다르게 표현을 하면 항상 놀랄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내가 완벽하게 준비를 해서 나는 실패 없이 계속 갈 거야" 그런 생각하면 놀랄 일이 많다.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준비를 해도 내가 생각지 못했던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바라보는 게 평정심이다.

그 평정심이 있으면 꾸준함을 가질 수 있다. 꾸준함이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금 내가 이 일을 잘하나 못하나 그런 것 생각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는 게 꾸준함이다. 이 꾸준함이 오랫동안 지속됐을 때 발전하는 것이다.

한기용님이 만약에 20대 때 자신에게 한 가지 교훈을 공유한다고 하면 이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강한 동기를 믿고 단시간에 뭔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 말아라. 잘하고 싶은 게 있으면 오랫동안 할 방법을 찾아라. 습관으로 만들어라."

그 얘기를 해주고 싶은데 그것을 잘 몰랐다. 40대 후반 이후에 깨달은 것 같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 여정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이때 중요한 감정은 호기심이다.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약간 좀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너무 빠르게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단정 짓고 대화 단절하지 말고:

"이 사람도 나처럼 이성적인 사람일 텐데 왜 이렇게 행동을 할까?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겠지. 난 그것을 알고 싶어."

그 감정을 가지고 빠르게 얘기하라는 것이다.

회고의 중요성: 정신 승리가 필요하다

한기용님은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회고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주간 회고, 월간 회고가 될 수도 있는데, 회고할 때 중요한 것은 내가 못 한 것만 회고하지 말라는 것이다.

보통 회고하라고 하면 자기가 못 한 것만 회고하더라. 그럼 그건 자아 비판이다. 그럼 회고를 지속할 수가 없다. 회고할 때마다 기분이 나빠지거든.

이럴 땐 정신 승리해야 한다. 회고를 하라고 함은 내가 잘한 것도 돌아보고 못 한 것도 돌아봐야 되고, 그 두 개의 크기가 비슷할 때 지속 가능한 것이다.

커리어는 마라톤이다

한기용님은 마지막으로 커리어 관점에서 몇 가지를 강조하셨다.

첫째, 이 커리어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80살까지 일해야 될 것이다. 굉장히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둘째, 현재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어라. 기술에 매몰되지 말고 결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그게 되려면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셋째, 좋은 평판 바탕으로 영향력을 가져라. 상대에 대한 아쉬움이 있으면 욕하면서 침묵하고 나중에 폭발하지 말고, 빠르게 기대-관찰-갭의 순서로 호기심을 가지고 이야기해 보라.

넷째,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건강한 커리어가 지속될 수 없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이냐면 불완전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점진적으로 나아지면 된다.

Q&A에서 나온 이야기들

강연이 끝나고 질문 시간이 있었다. 몇 가지 인상 깊었던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 본다.

실리콘밸리 IT 시장 상황

요즘 주니어 마켓은 안 좋다. 채용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한기용님이 지금 교수 생활하면서 이것을 지속해야 되나 매일매일 고민하는 이유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굉장히 보람되고 좋은 일이지만, 이런 석사 과정 오는 친구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오는 외국인 학생들인데 취업이 거의 안 된다.

오피스 아워 하면 네다섯 명씩 와서 "교수님 취업이 안 돼요. 그것을 떠나서 사람하고 면접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 단계로 거의 못 넘어간다. 굉장히 힘들다.

옛날에는 "문송"이라고 그랬다. 요즘은 "컴송"이다. 뭘 해도 죄송한 세상이 됐다. 그러니까 지금 여러분들은 복 받은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항상 현재에 충실하되 내 꿈이 무엇인지 많이 고민해 보고, 기술적인 전문성에 매몰되지 말라. 기술은 계속 바뀔 것이다. 그 기술을 잘 써서 결과를 내는 사람이 돼야 한다.

내가 평판이 좋은 사람인지 어떻게 아나요?

한기용님이 평판의 중요성을 얘기하면 이 질문이 꼭 들어온다고 하셨다. 이 질문을 하셨으면 평판이 나쁠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하셨다.

심지어 어떤 케이스들이 있었냐면, 회사 다니다가 그만두기로 마음 먹고 코칭 받으러 와서 얘기하다가 평판 얘기가 나왔더니 갑자기 "아, 지금 우리 회사에서 내 평판이 너무 안 좋은 것 같은데 퇴사를 일단 중지하고 좋은 평판을 만든 다음에 그만둬야겠다." 너무 반대로 가는 것이다.

알기는 힘든 부분은 분명히 있을 텐데, 본인이 어느 정도 아실 것이다. 내가 지금 현재에 집중해서 열심히 일했으면 또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겠다. 너무 "내가 평판이 안 좋을까" 또 너무 또 한쪽으로 가지 마라.

피드백을 계속 줬는데 바뀌지 않는다면?

이것은 굉장히 민감한 토픽이다. 한기용님의 생각은 이렇다.

미국에서 일할 때는 굉장히 단순했다. 피드백이 안 먹히고 그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로 바뀌고 분위기가 나빠지고 이 사람 때문에 퇴사하는 사람이 나오고 그럴 것 같으면, 아주 명확하게 "안 바뀌면 해고다" 그런 피드백을 준다. 바뀔 사람은 바뀌고 나중에 해고로 이어져도 안 놀란다. 앞단에 피드백을 많이 주면 뒤에 모든 게 편해지는구나, 그런 것을 많이 느꼈다.

한국에 와서 적어도 실리콘밸리에서 오래 일을 했던 사람들 관점에서 보면, 의사소통이 안 되거나 한 방향으로 못 갈 때 매니저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근데 중요한 것은 아무튼 앞단에 내가 갖고 있는 기대를 명확하게 계속 얘기해 주는 건 중요하다.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 된다? 그러면 그때부터 다른 방법을 찾아보거나 해야 되는데, 첫 번째는 보상의 수준을 내리는 것. 그게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 이외에는... 잘 모르겠다. 근데 이런 부분들이, 노동법이라는 게 분명히 좋은 취지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긴 할 텐데, 한기용님이 보는 관점에서는 너무 빨리 개입한 게 아닌가 싶다. 52시간부터 시작해서 이게 어떤 도메인에서는 그런 시간 제약이 있는 게 맞다. 육체 노동하는 건 분명하게 그 제약이 있는 게 맞다. 근데 정신 노동하는 곳에서도 그게 맞는가? 그것은 또 어느 정도 자유를 맡길 필요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든다.

마치며

강연을 들으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어려운 대화는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만들어지는 기술이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재능이라는 이름 뒤에 숨는다. "나는 원래 말을 잘 못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하면서.

하지만 커리어에서 중요한 많은 것들은 연습과 실수를 통해 만들어진다. 완벽하게 준비된 다음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하더라도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저지르고 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수하고, 배우고,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기술 전문성의 함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배우면 내 커리어가 완성될 것 같고, 레거시 시스템을 쓰는 회사에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써서 어떤 임팩트를 냈는가, 어떻게 협업했는가였다.

"또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결국 커리어 후반기를 만들어가는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평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일매일 작은 선택들, 작은 행동들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맡은 일을 성취하는 모습을 보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필요할 때는 내 책임 범위 바깥으로 나가는 것.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이 사람과 또 일하고 싶다"는 평판을 만든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때, 혼자 미워하면서 침묵하다가 나중에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빠르게 대화를 시작하는 것. 기대-관찰-간극의 순서로 이야기하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미스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기용님이 강조하셨던 것처럼, 커리어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강한 동기를 믿고 단시간에 뭔가를 이루려고 하지 말고, 오랫동안 할 방법을 찾는 것. 평정심을 가지고 꾸준히, 호기심을 잃지 않으면서 나아가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불완전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 점진적으로 나아지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강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한기용님이 쓰신 책 "실패는 나침반이다"를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의 대화(Crucial Conversations)"도 꼭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 추가했다.

오랜만에 정말 좋은 강연을 들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나눠주는 강연이었다. 이 내용을 기록해두고 앞으로 커리어를 만들어가면서 자주 되새겨봐야겠다.

개발자에게 꼭 필요한 논리적인 설득과 피드백 스킬 by 한기용님 | Hyojin Kim